순한소주 열풍, 멍드는 젊은여성 건강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24일, 요즘 유자향, 자몽, 복숭아 같은 달콤한 과일 맛이 첨가된 순한 소주가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과일맛 순한 소주의 유행은 여성에게 술을 권하는 요즘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질병관리본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인용,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음주율도 꾸준히 늘고 있는 현황이라며 상세한 내역을 발표했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여성 월간 음주율 36.9%에서 매년 증가해, 2013년에는 45.7%를 기록했으며, 이는 1년 전보다도 3% 가량 늘어난 수치이다. 특히 20대 여성(19~29세)의 월간 음주율은 62.3%로 가장 많았다. 여성 폭음 기준인 한 번의 술자리에서 5잔(맥주로는 3캔) 이상 마시는 여성도 2005년 22.3%에서 29.4%로 늘었고 20대 여성은 월간 폭음 비율이 44.5%에 달했다는 것.

20대 한국 여성 폭음비율이 44.5%에 달하는 것은 순한 소주의 등장과 동일하며, 이것은 여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시된 리큐르소주는 도수가 13.5~14% 정도다. 이 정도면 일반소주(16~21%)에 비해서는 약하지만 맥주(4~5%)나 막걸리(6~7%)에 비해서 상당히 높은 도수다. 그런데도 과일향과 맛 때문에 실제로 소주 맛이 거의 안 난다. 

 

  

순한 소주의 등장 이유, 입에 달기 때문
갑자기 순한 소주가 등장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철저한 시장분석을 통한 결과물일 것이다. 항간에는 여성들을 공략하기 위해 출시했다고 한다. 최근 ‘허니◯◯’로 시작되는 꿀과자가 인기인 것과도 비슷한 현상이다. 발효나 효소를 빙자한 ‘청(淸)’의 유행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단맛이다.

문제는 단맛을 내는 순한 리큐르소주들이 숙취가 심하다는 것이다. 인터넷에 보면 달고 순한 리큐르소주를 먹고 심한 숙취에 시달렸다는 글들이 많다. 숙취의 원인은 순수알코올 이외의 첨가물 때문이다. 불순물(?)이 많기 때문에 알코올분해에 애를 먹는 것이다.

단맛을 찾는 정신적 이유
인간의 유전자적 기억 속에 쓴맛은 식물의 ‘독’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쓴맛을 보면 긴장도가 유발된다. 반대로 단맛은 도파민 등 쾌락과 행복호르몬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사람들은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단맛을 찾는다. 선진국보다 개발도상국에서 설탕소비량이 더 많다고 한다. 요즘의 단맛 열풍은 우리사회가 스트레스에 휩싸여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다.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른다. 조삼모사는 열자(列子)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원숭이들의 주인인 저공(狙公)이 원숭이들에게 먹이를 주는데 아침에 세 개를 주고 저녁에 네 개를 주겠다고 했더니 원숭이들이 화를 내자 반대로 그럼 아침에 네 개를 주고 저녁에 세 개를 주겠다고 하니 수긍했다는 얘기다. 

“한 번에 마실래? 두 번에 걸쳐서 나눠 마실래?” 독한 소주를 못 마신다거나 주량이 약한 사람이 순한 소주를 맛있다면서 많이 마시면 조삼모사와 다를 바 없다. 결국 평소 주량에 비해 더 많은 양을 마시게 된다. 

 

결국 달고 순한 소주는 ‘앉은뱅이 술’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순한 소주가 왜 유행하고 있는지, 언제 끝날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맛있는 술은 많지만 취하지 않는 술은 없는 법이다. 순한 소주가 오히려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