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늘 외출하고, 외톨이가 됐어요”

거실에서 TV만 보며 빈둥거리는 '공포의 거실남', 하루 세끼 꼬박꼬박 챙겨줘야 되는 '삼식이'. 생계유지와 가족부양을 위해 힘쓴 은퇴남편을 지칭하는 굴욕적인 호칭들이다. 이런 단어가 생겨난 것은 꽤 오랜 시간 남편 부재에 익숙했던 아내들이 은퇴남편을 돌보느라 스트레스를 심하게 느끼는 '은퇴남편 증후군' 때문이다.

은퇴한 남편들의 하루 풍경

남편의 은퇴 후 아내는 거의 매일 외출을 하고, 일이 쌓여있어 집에 붙어있지를 않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하지만 남편은 여유 는 시간을 즐기려 마음의 준비가 되었으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아 매일을 혼자 시간 보내는 것이 대부분의 풍경.

이럴 때 남편들은 자신의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그 동안 내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살았나하는 회한이 밀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아내는 반대가 되어 ‘외출이 잦다’는 남편의 말에 ‘잔소리를 한다’며 남편과 마주앉아 얘기하는 것도 불편해 하는 경우가 일반적. 은퇴 후 증후군을 앓는 남편들은 집에서 혼자 점심을 챙겨 먹는 것도 서글프다고 말하고, 주변의 산에 혼자 등산을 가는 것도 초라해 보이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은퇴 후의 만족생활은 부부생활 만족도에 달렸다.

은퇴 후 은퇴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배우자이다. 그런 점에서 은퇴 이후의 행복한 생활은 부부생활의 만족도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남편들은 은퇴하면서 권위와 명예, 사회적 지위를 모두 상실하고 마치 삶이 끝난 것 같은 절망감과 마주하기도 한다. 은퇴 후 후유증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집보다는 직장 등 외부생활에 중심을 두고 살았기 때문.

남편과 아내의 ‘동상이몽’

남편은 은퇴 후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지만 아내는 자녀와 친구를 남편보다 편하게 여긴다. 노년기 여가생활을 함께할 사람으로 남자는 배우자를 가장 선호하지만, 여자는 자녀나 친구를 선호한다는 보고서가 있다. 은퇴 후 가장 친밀하다고 느끼는 대상도 남자는 배우자인 반면 여자는 자녀라고 말한다. 또 자신이 아플 때 간병해 줄 사람으로 남자는 아내를 원하지만 여자는 자녀나 전문 간병인을 남편보다 선호한다.

부부관계의 회복과 은퇴 이후를 위해 남편들이 해야 할 일

부부관계의 회복과 외롭지 않은 은퇴생활을 위해 은퇴한 남편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가족 구성원으로서 가져야 할 자기의 역할을 빨리 찾는 것이다. 단순히 생활비를 벌어다 주는 전통적인 가장이 아니라, 아내에게 편하고 좋은 친구로서, 자녀들의 멋진 아버지로서의 새로운 역할을 찾는 것.

젊은 시절부터 아내와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들을 통해 서로 정서를 확인하고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은퇴 이후에도 가족들과 무난하게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다.

둘째, 가장의 권위를 내려놓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은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청소도 하고, 간식도 만들고 때때로 직접 요리를 하여 아내와 가족들을 기쁘게 해주어야 한다.

셋째, 서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취미나 종교생활, 운동 등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부가 여가를 함께 보내는 것도 훈련을 해야 한다. 여가 및 종교생활을 함께 하는 부부들은 부부관계가 안정적이고 결혼생활에 관한 만족도도 높다

한집에 살면서도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던 부부가 은퇴 이후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게 되면서 이전에는 겪지 않았던 갈등을 겪게 된다. 이것의 해법은 남편들이 아내와 모든 것을 같이 해야한다는 생각을 내려놓고, 가족이란 ‘따로 또 같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할 것은 함께하고, 따로 할 것은 따로 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